<불효녀클럽>은 ‘창작그룹 MOIZ’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일화에서부터 시작했다.
MOIZ 구성원 3명은 전부 집안의 장녀로, 양성평등의 시대라 불리는 시기에 태어나 자랐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과 무언의 압박 속에서 이상적인 딸의 역할을 수행하려 애쓰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부모 속을 썩이지 않는 모범생이자 ‘효녀’였던 이들에게 ‘불효녀’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가족 구성원으로만 살기를 그만두고, 더 넓은 세상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였다.
부모와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내면에서도 ‘나쁜 딸’이라는 프레임이 죄책감을 유발할 때,
MOIZ는 스스로 ‘불효녀’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찾아온 것은 해방감이었다.

전시장 한 가운데서는 강의 퍼포먼스가 영상으로 재생되고 있다. 일타 강사로 나선 작가는 문제풀이 방식으로 심청전을 재해석한다. 심청전 이야기 속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지금 와서 살펴보면 ‘효’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의 연속이다.

다섯 개의 보기를 두고 해설 강의에서는 결국 ‘성공을 이뤄내는 것이 효도다’라는 답안을 제시한다. 이는 전통사상에서 강조하고 있는 ‘효’가 더 이상 현대사회에선 똑같이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의 불효에 투표하세요’라는 주제의 ‘불효듀스 101’도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딸’이라 호명되는 친구, 언니, 동생 혹은 당신을 스쳐 지나간 누군가가 ‘자신이 불효녀라고 느낀 순간’을 정리한 차트다. 그들이 살면서 경험했던 ‘불효모먼트(불효의 순간)’ 아래에는 각 상황에 대한 광주 여성 시민들의 의견이 첨부돼 있다.

‘흡연과 과음’, ‘늦은 귀가’, ‘부모님 몰래 한 타투’, ‘여성스럽게 꾸미지 않는 것’, ‘애교가 없음’, ‘미혼과 비혼 선언’ 등 다양한 사례에 0부터 1까지 점수를 매기고 이런 상황이 진정한 불효인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참여형 활동이다.

이밖에도 불효녀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비로소 불효녀를 선언하며 자유로워진 이들의 이름과 새롭게 불리고 싶은 이름을 상패로 전시한 ‘명예의 전당’, 또 다른 불효녀 선언을 기다리는 ‘신입회원 모집’ 등 다양한 섹션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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