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min | Site Specific, Sound Performance

“우리 콘크리트는 소리를 반사합니다. 인간의 대화, 무전과 방송, 도시의 소음을 해킹하는 것은 일도 아니죠.
인간인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이 특별한 장치를 고안했어요.”

<콘크리트 보이스>는 광주광역시 충장로와 금남로를 중심으로 이동하며 공연을 향유하는 장소 이동형 공연이다.
관객은 가치 탐험대라는 역할을 수행하며, 콘크리트가 반사하는 소리를 듣기 위해 헤드셋을 착용한다.

그리고 여기, 인간에게 가치 탐험을 의뢰한 콘크리트가 있다.
‘천변우로 415’는 현재 폐병원으로 남아있다. 그는 자신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살아가야 할지 묻는다.
관객은 ‘천변우로 415’를 찾아가는 길에, 그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콘크리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콘크리트는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천변우로 415’를 1980년 광주의 모습(5·18 당시 적십자병원)으로 재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콘크리트는, 인간이 찾아오지 않는 곳이라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라져야 마땅한다고 주장한다.
콘크리트의 가치를 매기고 무언가를 결정할 힘이 있는 인간은, 우리는 천변우로 415 에게 어떤 미래를 선물할까?
기획 의도
다큐멘터리 연극 <미래 기념비 탐사대>를 만들고 나서야,
5·18 을 학습한 언어가 아닌 나의 언어로 개인적으로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5·18 은 광주 사람들의 공동 기억이며, 도시 정체성이다. 5·18 은 여러 모습으로 존재해왔다.
일상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행위이기도 했고, 슬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기도 했다.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로 기록되기 위한 투쟁이기도 했고, 박물관과 묘지, 기념비를 세우는 것 자체이기도 했다.
어쨌든 광주의 모든 사람과 건물은 5·18 의 기억을 안고 산다.

콘크리트는 도시의 기억과 조각을 상징한다.
헤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콘크리트들의 말은 옛 광주 적십자병원을 둘러싼 시민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5·18 의 기억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살아남은 기억,
누구에게도 ‘굳이’ 꺼내보이지 않은 기억을 콘크리트의 언어로 들려주고자 했다.

『장소와 장소상실』의 저자 에드워드 렐프는 "공간의 정체성은 출입하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5·18 사적지 제11호인 ’천변우로 415’가 겪는 문제,
‘어떤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살 것인가’는 지금의 5·18 담론이 어디로 나가야 할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건물로서 장소성을 상실할 것인가, 디즈니화 혹은 박물관화를 통해 장소성을 상실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폐허의 공간에게 ‘고생하셨다’며 애도의 말이라도 건낼 것인가. 어쨌든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건 지금의 우리다.

광주광역시 충장로 및 금남로 일대 | 주최, 주관 · 5·18 기념재단 | 제작 · 창작그룹 MOIZ | 연출 · 도민주
대본구성 · 도민주 | 공동창작 · 도민주, 문다은, 양채은, 황지운 | 프로덕션 매니저 · 양채은, 황지운 | 음향 · 문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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