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만들어 주는 멋진 기념비를 찾아서!”
  이곳은 선택되지 못한 기억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평행세계의 2020년. 광주광역시에서 나고 자란 20대 여성 네 명은 집, 학교, 작업실 근처에서 동전 모양의 돌덩이 29개를 발견한다. 29개의 돌덩이에는 불꽃 모양과 숫자 5, 숫자 1, 숫자 8 이 새겨져있다.* 이들은 돌덩이를 '기억 화석'으로 명명하고, 기념비 너머의 기억을 추적한다. 화석에 얽힌 기억과 기념이 혼재하는 지금의 광주를 탐사하기 위해 미래 기념비 탐사대를 결성한다.
* 숫자 5, 1, 8과 불꽃 모양이 새겨져 있는 29개의 돌덩이는 실제로 광주 도처, 5·18 사적지 앞에 세워져 있는 기념비다.
“광주에서 오늘 하루동안 마주친 5·18 은 열 세번!”
“5·18 이 뭐냐면, 음… 대동정신?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좋은 일이란 건 알아요.”
  우리, 창작그룹 MOIZ는 모두 광주 토박이, ‘민주화의 성지’ 전남대학교 출신이다. 좋든 싫든 5·18 을 일상적으로 마주해야 했다는 말이다. 분명 5·18 기념 사업은 광주에서 나고 자란 우리 비경험 세대에게 어떤 기억을 넘겨주었다. 아니,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고 착각할 구실을 준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로 5·18 을 알고, 기억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범람하는 기념과 기록 사이에서, 우리는 다음세대로 무엇을 넘길까? 이런 의문을 안고 어른이 된 우리는 각자 살면서 경험한 5·18 부터 되짚어 보기로 했다.
1. 광주에서 마주친 5·18 의 모습은 복제된 키워드의 범람이었다. 주먹밥, 시민군, 총, 계엄군, 대동정신.
이렇게 키워드화된 5·18 이 어떤 기억을 축약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5·18 은 대동정신을 실현한 자랑스러운 10일간의 민중항쟁이죠!”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5·18 에 대한 또다른 종류의 망각일지도 모른다.
2. 예술가로 마주하는 5·18 은 재현 불가능한, 자칫하면 타자화할 수 있는 소재다.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적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소재지만, 모른척 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3. 유년시절에 영화나 연극을 통해 만난 5·18 은 ‘군인이 사람을 죽이는’, ‘임산부 마저 죽이는 잔혹한 계엄군’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민중항쟁과 대동정신’이라는 신성한 단어 앞에, 우리는 섣불리 “5·18  무서워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 사고 없이, 신성화와 재현없이, 당위성의 굴레에 갇히지 않고
우리는 어떻게 5·18 을 기억 할 수 있을까.

2020 남산예술센터 서치라이트 선정작
남산예술센터 | 주최/주관 · 서울문화재단 | 제작 · 남산예술센터 | 공동창작/연출/출연 · 도민주, 문다은, 양채은, 전하선
대본구성 · 도민주 | 드라마터그 · 임인자 | 기획 · 양채은 | 화면구성 · 문다은 | 촬영 · 고나리 | 조명디자인 · 강혜정 | 조명오퍼레이터 ·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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